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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2013' France

파리를 걷다, 익숙해진다는 것.

아스팔트로 덮힌 서울의 거리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울퉁불퉁하고, 다소 투박해보이기까지 했던 유럽의 돌길을 걷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유럽에서의 시간이 일주일을 넘어가면

어딘지 모르게 점점 무뎌져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현대식 건물에만 길들여져있던 두 눈동자에 비춰지던 이 곳에서의 경이로움과 놀라움들도.

조금씩 사라져간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나는 그렇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가 닿은 곳은 노트르담 성당.

 

명소답게 성당 앞은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조금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에펠탑의 2배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가 바로 이 곳이란다.

 


(유럽의 대부분의 성당들이 그러하지만)

85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물답게,

그 옛날에 지어졌다고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참으로 섬세하고 정교하다.

 

 

유럽의 성당 안에서는 곳곳에 켜져있는 많은 촛불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드린다.

 

작은 초는 2유로, 조금 길고 커다란 것은 5유로를 넣게 되어있었다.

사진과 같은 보통의 초는 2유로에 해당한다.

 

나역시 2유로를 놓고 -

간절한 바람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들 사이에, 나만의 촛불을 밝혀두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부모님과는 달리,

신앙생활에 크게 흥미가 없는 나는 말 그대로 불량 천주교신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처지)인지라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간 못 간 성당을 다 간 것이 아닌가 - 싶을 정도로ㅎㅎ

아름다운 성당들을 많이 방문한 것 같다.

 

화려한 스테인트글라스로 둘러싸인 노르트담 성당의 내부도 역시나 아름답다.

 

 

 

 

 

 

성당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그동안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불량 신자일 지언정)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 참 좋다 :-)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에 찍은 저 곳이 파리 시청이었다는 것은,

다녀온 뒤 이 날 밤에서야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각 파리 시청으로 야경을 보러 간다는 사람에게

- 파리 시청은 어떻게 생겼어요? 나는 아직 안 가본 것 같아서.

라고 하면서 이 날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 여기가 파리 시청이예요

 

해서. 내가 (사진까지 찍고) 지나왔구나.

했다

 

참 자주 보이는 회전목마.

시청 앞 이 곳에도 있었다.

 

타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던 회전목마는

 

어째서인지 -

볼 때마다 그렇게 예뻐보였더랬다.

 

 

예술의 다리에 버금갈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

색색깔의 자물쇠로 뒤덮혀 있던 어느 다리를 지날 무렵,

 

 

 

서서히 파리 시내의 하늘은 저물어가고

거리의 불빛들은 그만큼 선명해지고 있었다.

 

 

 

 

 

파리 시내의 밤 거리는 내가 상상했던 딱 그 만큼의 느낌이었다.

결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만의 화려함.

딱 그만큼만의 고요함.

딱 그만큼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