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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2013' France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길고 긴 파리 첫 날 (2)

(이어서)

숙소 위치는 미리 파악하고 와서 쉬울 줄 알았건만, 골목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가고 나서야 잘못든걸 깨닫고 -

되돌아와서 맞는 길로 들어가려는데 순간 함께있던 분 왈,

"제니씨, 근데 점퍼에 모자 달려있지 않았어요? 모자 어디갔어?"

고개를 틀어 내가 입은 점퍼를 보니,

정말 점퍼에 달려있는 털.모.자.가. 안.보.인.다.

집도 아직 못 찾은 마당에 모자까지 없어진건가.

골목에서 헤매다가 모자를 떨어뜨렸나? 누가 떼어갔나?소매치기가 많다더니 얘네는 점퍼에 모자도 떼어가나?

별의 별 상상을 다하면서 겨우 찾은 숙소 대문 앞에 다다랐다.

중요한건 아니지만, 노드역에서 이미 지친데다가 오자마자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엄청나게 다운되기 시작

무튼....

생쇼 끝에 숙소 대문 앞에 섰으나 또 다시 난관에 봉착.

호수를 모른다

당연하다. 전화를 못했으니. 초인종이 눈 앞에 있어도. 어느 걸 눌러야.....할지...

당췌 근처에 공중전화는 눈에 안 띄고 -

다시 걸을 힘도 없던 와중에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마침 와이파이가 되니까, 예약했던 곳에 글이라도 남겨볼까싶어

근데 너무 좋은 인터넷 환경 탓에... 글 하나 남기는데 어찌나 시간이 걸리는지.

극도로신경이 예민해져있는데... 함께 있던 분 왈.

갑자기 배가 고프다며 밥을 먹지 않겠냔다.

....

미안하지만 넘어갈 것 같지 않으니 혼자라도 요기 하라고 했더니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왔다.

....

근데!!!!!!!!!!!

초집중하여 계속 끊기는 와이파이를 붙들고 씨름을 하던 내게

그 분은

내 옷에 뜨거운 커피를 쏟아주셨다. (물론 실수로 )

순간 정신을 놓고 싶어졌다

쏟으신 그 분은 엄청나게 미안해하며. 괜찮냐고 물었고

놀란 스타벅스 직원도 다가와서 괜찮냐고 묻는다.

(안)괜찮다며 커피로 얼룩진 부분을 처리하러 화장실로 직행.

...했는데 문에 비번이 걸려있다.

뭐하나 한 번에 되는게 없다

카운터 직원이 적어준 번호를 들고 꾹꾹 비밀번호를 눌렀으나.

안열린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직원이 열어주는데 보니까 숫자 1을 7처럼 꺽어 써놔서 내가 7로 봤던 것........................

남녀공용이었던 한 칸짜리 화장실에서 얼룩진 옷을 처리하고 나오는데, 프랑스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나가는 문을 열었는데 또 안열린다.

다시 시도.

안된다.

측은해보였는지 기다리던 그 남자.

- 너 프랑스어 할줄아니? 내가 도와줄까?

- 아니. 프랑스어 못하지만 도와줘봐

그렇게 화장실에서 힘겹게 탈출;

터벅터벅 걸어나와 다시 앉았다.

직원이 공짜로 커피를 한 잔 더 내왔으니 기뻐하라며 내게 쓱 내민다.
(그다지 기쁘지 않아 )

어찌저찌 글은 올라갔고. 글은 확인 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시간을 보니 이미 파리에 도착한지는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근데 이러고 있다.

함께 있던 분이 다시 숙소 앞으로 가보겠다며 나갔고 ,

나는 이미 만신창이.

한참 뒤

극적으로 주인을 만났다며 뛰어돌어온 그 분.

그렇게 파리에 도착해서 오후 3시가 되서야

겨우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점퍼를 벗은 나는 빵 -

터지고 말았다.

모자가 없어졌다며 난리를 쳤는데

멀쩡히 달려 있는 모자

.....

점퍼 안 쪽으로 접혀 들어가있던 걸 모른채 그대로 입고 왔던 것.

악 - 창피해 - 완전 왕창피해

새벽같이 출발해서 일찍 도착하면 첫 날을 알차게 보내겠지 - 했건만.

이 날 한 일이라고는 공중전화 찾기와 공중전화 걸기(에실패)와 걷기(헤매기) 계단오르기(내리기),

스타벅스가서 커피 마시고(쏟은거 닦기), 와이파이(와 씨름하기) 뿐

정말이지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앉은 순간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으나.

우리는 한 시가 아까운 여행자의 신분이 아니었던가....

결국 에펠탑이나 보고 오자 -

 

 

해서 찾아온 에펠탑.

해지기 전이라 그런지 에펠탑이 그냥 흔하고 보잘것없는 송전탑으로 밖에 안보인다.

기분 탓인가

어차피 금방 해가질 것 같아서 나는 그 사이 근처 슈퍼에서 물을 샀다.

함께 있던 분은 난데없이 떠먹는 요거트를 샀는데.
그 분이 스푼을 달랬더니 카운터 직원 왈,

- 그런거 없어

- 그럼 마셔야지뭐.

하더니

2개를 샀다며 나한테 하나를 스윽 내민다.

근데 그거. 마실 수 있는게 아니다. 응고된 푸딩같은 상태

마치 젤리뽀를 먹듯 옆에서 힘겹게 그것을 드시던 그 분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 사이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에펠탑 가까이 다가갔다.

역시 -

에펠탑은 해가 져야 더 예쁜거였구나?

 

 

파리=에펠탑

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만큼.

파리에서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날 밤 에펠탑은 분명

아름다웠으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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