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고단한 여행자의 패턴에 몸이 제법 익숙해진 듯,
저절로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진지 며칠이 지났다.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사크레 쾨르 성당이 보이는 언덕 아래에는 어린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다지 큰 기대없이 왔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던 이 곳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사크레 쾨르 성당 아래 계단에서 울려퍼지던 바이올린 소리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속에는 클래식한 파리의 모습들이 보이는 듯 했다.
잠시동안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상관없이 그 분위기에 심취해있어도 좋을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서 있으니까 -
순간의 자유로움을. 파리의 낭만을.
마음껏 만끽해본다.
오전이라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다행히 복잡하다고 느낄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다.
성가시게 군다던 흑인들도 크게 문제될 것 없었다.
하나둘 씩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을 때 -
나비고로 탑승이 가능했던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왔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어디든 여행지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자락이,
여행자에게는 새롭고 특별한 추억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의 판테옹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졌던 파리의 판테옹.
그 앞에 놓여진 트리들은 조금 볼품없었다 -
나는 소르본 대학을 지나 판테옹까지 이어지는 길들과
그 사이사이로 난 골목들을 걷는 것이 좋았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겨울느낌을 물씬 풍겼던 뤽상부르공원.
공원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표면적으로 잘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한적한 공원에 산책을 나온 가족이 보였다.
아이들은 연못의 오리들을 향해 "꽥꽥꽥꽥-"을 외치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기들끼리 꺄르르르 웃었다.
어린 아이들은 어느 나라든지 참 다를 바가 없다 :)
공원을 참 좋아하는 나는,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한적하고, 넓고, 푸른 공원이 많은 나라들과 -
그 곳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해왔었다.
이 날,
가만히 벤치에 앉아
뤽상부르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한 남자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빡빡하고 바쁘기만 한 일정보다는 -
한적한 공원에서 계절을 느끼며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제법 괜찮지 싶다.
이 순간만큼은 -
사치스러워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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