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 물속에서 눈 뜨기 ]
날기를 두려워하는 닭처럼
나도 한때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을 두려워한 적이 있다.
그 속에서 바라봐야 깊은 곳을 볼 수 있는 것인데,
눈을 뜨고 들여다봐야 더 깊은 영혼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순간의 아픔을 참지 못하고 물위에서 무심코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적당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한다.
타인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은 눈을 뜨고 찬찬히 그 영혼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알에서 깨어나는 그 흰 새의 눈을 뜨는 그 아픔으로
우리들 삶의 나무는 조금씩 그 뿌리를 키워가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