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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공지영 [ 착한 여자 ] 중에서      

 

 

인간들은 대개 집에다 창문을 만들지죠.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는 그런 창문 말입니다.

심지어 이 공기 탁한 서울에서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한 길로라도

사람들은 창을 내지요.

 

왜그런지 아세요?

인간들은 말이죠. 모두가 그리워서 그래요.

그리워서 창문을 만드는 거에요.

대문처럼 크게 만들면

자신이 못 견디고 아무나 만나러 나갈까봐

작게 그렇게 창문을 만드는 거에요.

 

몸으로는 만나지 말고

그저 눈으로 저기 사람이 사는 구나,

그림자라도 서로 만나려고,

아니 그림자만 얽히려고

그래야 아프지 않으니까.

그림자는 상처 받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