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길고 긴 파리 첫 날 (1)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 시간이 무려 새벽 5시 40분이었던 관계로.
제대로 잠을 자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억지로 일찍 잠드는 것도, 쉽지 않았고 -
고작 2시간이었나, 3시간도 채 못자고 났더니 말 그대로 비몽사몽.
새벽 시간에 버스로 이동은 조금 번거로워서 콜택시를 부탁했다.
다소 센 가격이었으나 , 그래도 그게 낫지 싶어서.
그래도 입국 심사도 있고해서 여유롭게 도착하니 5시도 안된 시각.
이른 새벽, 킹스크로스 역은 썰렁 그 자체.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은데 다행히 겨우 한 곳이 열려있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또 다시 멍 -
그렇게 반쯤은 정신을 놓은 채로 파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타자마자 죽은 듯이 잠이 든 채로 약 3시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낯선 불어 안내 방송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파리 노드역에 도착한 듯 했다.
파리에서는 민박을 예약했었기 때문에 근처로 가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두려고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었다.
근데 뭐가 문제인지 전화가 잘 안걸리기 시작했다.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누르면 뚜뚜뚜 -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
전화 문제인가싶어 다른 전화기로 해봐도 똑같다.
'이럴 땐 역시 물어보는게 제일 빠르겠지' 싶어, 근처에 있는 사람 아무에게나 말을 걸었다.
불어를 모르니 영어로 물어볼 수 밖에.
그러나 - 바로 옆에 아주머니는 우리가 'Excuse me,' 를 꺼내기가 무섭게 무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영어로는 묻지도 말라는건가
조금 상처를 받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반응은 마찬가지.
'헐 - ' 소리를 읖조리고 있을 때.
마침 공중전화에서 통화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저 사람이 전화를 끊으면 물어봐야겠다 - 하고 있었는데
5분 .... 10분... 15분....
절대로 전화 끊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마냥 기다리다 날 샐 기세
그래도 한 번 더 참고.
바로 앞에 있던 환전소 직원에게 코인으로 공중전화 거는 법에 대해 물어봤더니,
역시나 퉁명스럽게 자기는 잘 모르겠고, 전화 카드로 걸면 되지않냐는 답변을 들었다.
안내데스크로 갔다.
역무원에게 코인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좀 도와줄수 있겠느냐. 라고 했더니.
불어로 뭐라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쌩 - 하고 우리 앞을 지나갔다.
이 날 함께 이동했던 언니와 나는 역무원 태도에 동시에 멘붕.
결국 못 참고 내뱉은 한 마디.
'프랑스 뭐야, 왜 이래?'
솟구쳐오르는 짜증을 누르며 -
노드역에서 전화걸다가는 날샐거 같으니, 에라 모르겠다 일단 숙소가 있는 바스티유까지 가기로 했다 .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내려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나비고를 구입하는 일이었다.
마침 파리로 이동한 날은 월요일,
게다가 파리에서의 일정은 10일이라는 긴 시간이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나비고를 택했다.
세상에 온갖 불만은 혼자 다 지고 있는 듯했던 표정의 역무원에게 티켓을 구입한 뒤,
티켓 구입처 옆 구석에서 주섬주섬 나비고에 사진을 붙이고, 이름을 적어넣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파리의 소매치기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접해왔던 탓에
잔뜩 - 긴장한 채 지하철에 탑승했다.
그렇게 바스티유 역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도착했다.
그러 - 나.
염려했던 일이 ...
엘리베이터가 없다.
에스컬레이터도 안보인다.
눈 앞에는 수많은 계단만이 보일 뿐.
28인치 캐리어를 들었다 내렸다 짧고 긴 계단을 몇 번을 왔다갔다 했을까 -
분명 출구쪽 화살표를 보고 왔는데 갑자기 1호선 갈아타는 곳이 나온다.
1.5.8 약 3개의 메트로 노선이 함께 지나는 바스티유역에서
출구로 나가는 화살표가 헷갈리게 되어있던 탓에 출구로 나가는 길을 잘못든 것.
.......캐리어들고 다시 계단을...*&(^*#$@ 해야 된다는... 거지같은 현실....
사실 캐리어는 컸지만, 이제 여행 시작단계여서 그리 무겁지는 않았는데 -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니 한겨울에 금새 땀이 뻘뻘
고생끝에 출구로 나와, 캐리어를 눕히고 잠시 주저 앉았다.
이제 집을 찾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