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런던 탐험 - (1)
워낙에 밤낮구분없이 지내온 생활습관 탓에 시차적응따윈 굳이 필요없었던 지라 그런대로 푹 자고 일어났다.
아침 식사 시간은 7시 30분부터 9시까지.
village로 향했다.
토스트와 세 종류의 시리얼, 그리고 티와 커피가 준비되어있다.
일찍 오지 않으면, 잼 종류는 오로지 망고만 남고 꿀과 버터가 그 옆에 있었다.
세부일정을 미리 정해두고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즉흥적으로 움직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오늘 하루는 어디부터 갈까 - '
아침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옆에서 마주하며 식사를 하던 같은 방의 사람이 런던에 왔으니 타워브릿지부터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헀다.
마침 바로 이 근처라 걸어갈 수 있으니 그것도 좋겠다 싶었다.
모두가 가는 곳은 우선적으로 다 가보고, 여유가 있을 때 또 가고 싶은 곳 혹은 안 가본 곳들을 가보자 - 라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런던의 공기는 꽤나 차가웠지만,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꽤나 바쁜 듯이 옆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도로 위의 빨간 2층 버스, 아직 열지 않은 상점들.
타워브릿지로 향해 걷는 내 발걸음은 설레임 가득으로 가볍고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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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을 걷다보니 엄청난 안개 속에 겨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타워브릿지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엄청난 안개였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평소에도 이렇게나 안개가 많이 끼어있는걸까 -
헌데 영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랜 시간 런던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던 타워브릿지.
그 긴 세월 수많은 런더너들이 지나왔을 이 오래된 다리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그 위엄을 뽐내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참 멋진 다리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차가운 아침의 템즈강은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했다.
안개 속에서 처음 마주한 타워브릿지 앞에 가까이 다가서고 보니, 내가 정말 런던에 있구나 싶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타워브릿지를 건너볼 요량으로 계단을 올라 다리 위로 올라갔다.
제법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저들은 대부분 출근길 나는 룰루랄라 신나는 여행객 :)
건너편에 런던탑이 보인다.
'Tower of London'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어
처음엔 나도 남산타워나 도쿄타워 같은 느낌의 탑을 떠올렸으나,
실상은 탑이라기보다 성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건너편에 저 우뚝 솟은 건물이 런던탑인가 했었더랬다.
제법 헷갈릴만하지 않은가 (ㅎㅎ)
실로 차가웠던 아침 공기가 무색하게 나는 매우 들뜬 상태였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해리포터 시리즈 팬인 나에게,
런던에서는 흔해빠진 빨간 공중전화 박스마저도 대흥분으로 다가왔으니까 -
타워브릿지를 건너 왼편으로 템즈강을 따라 쭉 걸어오면 세인트폴 대성당이 위치해있다.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성당이기도 하고, 영국 왕실 행사들을 개최하는데 자주 쓰이는 곳이기도 하다.
시티맵을 들고 서 있으면 누가봐도 관광객이다 - 라고 얼굴에 써놓은 것과 다름없다.
세인트폴대성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영국아가씨가 다가와 ,
혹시 길을 찾는거라면 도와드릴까요? 라고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나는 세인트 폴 대성당에 가는 중이었고, 마침 눈 앞에 그 곳이 보였기에 ,
내가 가려던 곳은 바로 저 곳이니 괜찮다며 성당의 쿠폴라를 가르키고는 웃어보였다.
' 다행이다,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
도움을 받았든 받지 못했든 낯선 곳에서 누군가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친절은 고마운 법이다 :)
뭐,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후후.
그렇게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15파운드.
성당의 내부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있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고 여왕님이 웃고 계신 영문 카다로그를 손에 쥐고 천천히 내부를 돌기 시작했다.
성당 내부는 놀랍도록 화려했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다.
이번 여행에서 수많은 성당들을 다녔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성당이기도 하다.
단순히 가장 처음에 간 곳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
세인트폴의 돔, 일명 쿠폴라(cupola)라고 불리는 곳에 올라가서 런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는데,
상당히 많은 계단을 한참동안 빙빙 돌며 올라야했다.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동반할 수 있으니 이 곳을 포함한 모든 유럽의 성당 쿠폴라에 올라볼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 ㅎㅎ
360도의 각도에서 런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으나, 솔직한 소감을 말해보자면
야경도 아닌 한 낮도 아닌 이른 아침에 내려다보는 런던 시내가 힘들게 오른 기대만큼 아름답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꼭대기에 올라 런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았어! 라는 뿌듯함만큼은 마음에 가득 채우고 내려올 수 있다. :-)
세인트 폴 대성당을 나와 성당 앞 편에 위치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넜다.
차도는 없고 인도로만 이용되고 있는 다리.
밀레니엄 브릿지 위를 걸으며, 흐르는 템즈강과 건너편으로 보이는 런던 시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어느 덧 서서히 걷히고 있는 안개 틈으로 내리 쬐는 햇살이 몹시 반가웠다.
다리를 건너 또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고,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말을 탄 채 거리를 활보하던 두 사람을 발견했다.
경찰처럼 보였으나 확실하게는 모르겠고, 무튼 재미난 풍경이다.
이런 소소한 재미덕에 심심하지 않을 수 있어서 낯선 곳은 내게 언제나 흥미롭다.
지나가다 눈에 들어온 커다란 건물이 있어 돌아보니 워털루 역이다.
많이 들었던 역이라. 반가운 마음에 찰칵.
내게 '런던=런던아이'로 정의되던 시절이 있었다.
다름아닌 우연히 보게 된 '런던아이' 사진 때문이었다.딱히 관람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런던아이는 정말이지 직접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꼭 가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날 런던아이가 내 시야에 가까워졌을 때의 설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런던아이로 가는 길목에는 실외 아이스링크장이 설치되어 있었고,
하늘은 맑고 나무들도 예뻤다.
그리고 바로 옆 런던아이도.
붐비는 사람들 틈으로 런던아이 티켓을 끊으러 가기 전 잠시 그 아래 의자에 앉아 쉬었다.
쉬는 동안 보고 싶었던 런던아이를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그렇게 한 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쁘다.
주로 런던아이는 야경을 보러 많이들오지만 낮에도 충분히 예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명한 관람차를 타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오는거겠지.
나도 탈거야! 아무렴 타야지.
티켓 줄은 길고 - 가격은 역시나 비싸다.
관람차 한 번 탑승하는데 19파운드 가까이 되는 가격이었으니 - omg
그러나 런던아이니까 (...)
어느 서양인 부부와 학생들 몇 몇과 제법 널널하게 탑승을 했다.
내부가 넓어서 아주 편안~하게 런던을 내려다보기로.
이미 런던에 푹 빠져버린 내게는 런던의 어떤 모습이건 예뻐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부에는 작은 모니터가 부착되어있어 ,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의 명칭과 설명에 대해 참고할 수 있었다.
함께 탑승한 부부의 사진 촬영 부탁에 가족사진을 두어번 정도 찍어주고,
그들의 아기를 보는데 어찌나 얌전하고 예쁘고 귀엽던지.
하도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저렇게 빤히 쳐다본다.
인형이구나 , 아가 :D